안녕하세요. 리에입니다 by 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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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블로그는 저의 개인 블로그입니다.
리뷰, 번역 등 방문자를 위한 컨텐츠가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어디까지나 이 곳의 주인은 저 한 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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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닫는 글 by 리에



   제가 직접 만들어 함께 운영하던 홈페이지를 버리고 친구 M양을 따라 이글루스로 이사를 온 것이 2004년 8월 25일의 일입니다. 그로부터 딱 7년하고 며칠이 더 지났네요. 그리고 저는 오늘 블로그를 닫으려고 합니다.


   오늘은 날씨가 참 더웠어요. 가까워진 가을 때문인지 하늘은 참 맑았지만 아직도 너무나도 덥더라구요. 그 더위를 뚫고 광화문-종로에 갔다 왔습니다. 3년 남짓 복잡한 홍대 근방에서 지내온 저는 광화문과 종각 쪽의 한적하고 넓은 거리가 좋아요. 오늘도 저는 그곳을 삼삼한 기분으로 걸었습니다. 그리고 문득 블로그를 닫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지금까지 개인적인 사정으로 블로그를 쉰 적은 몇 번 있었지만, 2004년 이곳의 문을 연 이후로 한 번도 폐쇄한 적은 없었습니다. 지인들 말고는 방문자도 많지 않고, 잠시 붐볐던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주인장조차 잘 들여다보지 않는 공간이지만요. 그래도 저에겐 그간 제가 살아온 기록이 가장 잘 남아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지금도 뭔가 쓰고 싶고, 토해내고 싶은 것이 있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곳이 이곳이에요. 이제 뭔가 글을 휘갈기고 싶어도 남길 공간이 사라진다고 생각하면 조금 쓸쓸하고 슬퍼집니다. 하지만 그래도 저는 이곳을 닫으려고 합니다.

   대체 이유가 뭘까요. 오늘 그 부분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사실 저는 오늘 트위터도 잠시 쉬기로 결심했거든요. 제가 서울에서 제일 좋아하는 곳 중 하나인 광화문을 걸으면서 그것에 대해 줄곧 생각했어요. 뭐,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굉장히 개인적인 이유입니다.


   누구나 살다 보면, 마음속 깊은 바닥에서 부정적인 감정들이 스물스물 솟아나고 그것들이 마음의 그릇 밖으로 넘쳐날 것만 같은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때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할까요? 잘 생각해보면 저는 늘 그런 감정들을 블로그나 일기나 트위터에 문자화해서 풀어왔던 거 같아요. 잠시도 그것들을 담아두지 못하고 이내 어딘가에 쏟아버리곤 했던 거 같습니다.

   오늘 거리를 걸으며, 문득 이대로 괜찮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언제까지나 담아두지 못하고 쏟아내기만 하는 사람으로 살아야 할까요. 저와 관련된 대화를 한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마 들은 적이 있는 말이겠지만, 제가 좋아하는 대사가 두 개 있는데요. 첫 번째는 드라마 연애시대에 나오는 '연애는 어른들의 장래희망'이라는 대사고, 두 번째는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에 나오는 '당신은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게 만들어요'라는 대사예요.
   갑자기 이 이야기를 왜 하느냐면, 제가 장래희망이 생겼거든요. 제가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내 감정만이 아니라 제가 소중히 여기는 사람의 좋은 감정과 나쁜 감정까지도 담아둘 수 있는 그릇이 큰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지금처럼 제 감정조차 온전히 담아두지 못하는 사람으로 살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이제는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나, 미처 다 담아내지 못하고 쏟아져버린 제 감정들을 트위터나 블로그에 주워 담지 않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오랜 시간 동안 제 삶을 기록해준 이곳을 깨끗한 채로 닫으려고 합니다. 음, 사실은 그렇게 깨끗한 거 같진 않지만 그것들도 다 제가 7년간 쌓아온 기록들이니까 괜찮은 걸로 하죠.
   이곳을 폐쇄하겠다거나, 포스팅을 전부 삭제하겠다는 이야기는 아니에요. 그간 열린 채로 쌓아온 공간이니까 그냥 그대로 두려고 합니다. 새로운 것들을 더 쌓지 않겠다는 것일 뿐이죠. 정말 좋은 소식이 있으면 돌아올게요. 득남!! 이라거나, 로또 당첨되어 우주정거장으로 이민 갑니다... 급의 소식이 있다면요.

   그래도 이곳이 싫어져서 떠납니다, 같은 것보단 낫지 않나요? 엉겁결에 시작한 블로그지만, 어떤 의미로 러브레터를 남기고 떠나게 되어서 기쁩니다. 하지만 이 러브레터를 받아야 할 사람은 아마 이 글을 읽지 못할 확률이 높겠죠. 그건 조금 서운하네요. 하지만 어쩌겠어요? 봉투를 뜯지 않은 편지라고 해서 의미가 없는 건 아니잖아요. 그리고 이 블로그 역시, 새로운 포스팅이 더해지지 않는다고 해도 늘 제게는 의미 있는 공간으로 남을 거예요.


그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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