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달리는 소녀 [時をかける少女, 2007]

실로 오랜만에 영화 리뷰군요.
한국에서는 요새 극장에서 개봉한 애니메이션이지만, 일본에서는 이미 DVD까지 발매된 시간을 달리는 소녀[時をかける少女]를 어제 DVD로 감상했습니다.
게드전기의 혹평과 비교되는 호평으로 이목을 끌었던 애니메이션인데요, 막상 뚜껑을 벗겨보니 생각과는 좀 달랐다고나 할까...



타임리프라는 개념 이외에는 거의 사전정보가 없이 감상한 탓인지도 모르지만, 제가 포스터나 웹에서의 감상을 읽고 상상한 것과는 상당히 다른 이미지를 가진 애니메이션이었습니다.(타임리프는 약간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는 개념이지만, 포스터와 타이틀을 보면 대부분 짐작해낼 수 있는 내용이므로 걸러내지 않고 씁니다.)

일본 애니메이션 특유의 담담한 일상묘사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점은 예상대로였지만, 작품 전체적인 정서가 제 생각과는 상당히 달랐습니다.
초반엔 청춘 연애물 같은 분위기를 풍기다가 중반엔 교훈성 짙은 판타지물, 그리고 후반엔 SF 로맨스로 탈바꿈하더군요.

어쩐지 허니와 클로버를 연상시키는 초반의 상큼한 전개가 지나고, 본격적으로 타임리프가 시작되면 영화가 전체적으로 우리나라의 반전극장(아는 사람만 아는 프로겠지만;) 같은 분위기를 띠기 시작합니다. 뭐 거기까지는 그렇다치고... 후반에 갑작스럽게 등장하는 SF 판타지 로맨스는 사실 달갑게 받아들이기는 조금 힘든 부분이 있군요. 그 전까진 지나칠 정도로 상세하던 인물들의 심리 묘사도 그 부분에서만 유독 부족해서 선뜻 납득하기 힘든 면도 없지 않구요.
솔직한 감상을 말하자면, 우리나라나 헐리웃에서 자주 나오는 약간의 환타지 소재를 가미한 러브로맨스물을 그대로 일본식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 놓은 듯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전체적인 시놉시스 자체가 순정만화 단편에 자주 등장할 법한 소재와 구성을 따르고 있는 탓에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서는 조금 싱겁다 싶은 부분이 곳곳에 눈에 띄는 것도 사실입니다. 포스터를 보고 상당히 기대했었던 인물 작화 부분도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구요.

하지만 현실적인 동작 표현과 너무나도 아름다운 배경 아트, 그리고 무엇보다 주인공인 마코토의 감정 묘사에 쏟은 연출력에는 칭찬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군요. 특히 일상이나 인물간의 대화 등의 묘사는 굉장히 치밀한 편이라서, 별 거 아닌 것 같은 주변 인물의 대사나, 배경 등에 집중하면서 보면 쏠쏠한 재미가 있습니다. 2번 보면 좀 더 재밌을 것 같기도 하네요.
위에 이야기한 바와 같이 딱히 특별한 소재도 아니고, 대단한 시나리오도 아니지만 그것들에 힘을 부여하고 정말 스스로가 겪은 것과 같이 공감하게 하는 힘이 연출을 통해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것은 아마 담담하면서도 치밀한 일상 묘사와 심리 묘사의 힘이겠지요. 소중한 이를 잃는 순간의 섬뜩함을 과장하거나 오버하지 않으면서도 효과적으로 표현한 점도 좋았습니다.
마치 내가 겪었던 여름날의 한 때와 같이 주인공과 함께 울고 웃게 하는 공감의 힘을 보여줍니다.

뭐, 뭐가 어쨌든 게드 전기보다는 볼만한 작품이었다는 것만은 확실한 것 같군요.
게드 전기는 또 게드 전기 나름대로의 의의가 있기는 합니다만, 왕자라거나, 왕자라거나, 왕자라거나(...)

평점 : ★★☆


덧. DVD 보면서 찍은 스크린샷을 좀 덧붙이려고 했는데 대체 뭐가 문제인지 타이틀 이미지 한 장만 올라가고 나머지는 다 업로드가 안되네요. 어쩌라구 OTL 이글루스 한국에서도 이런 경험이 있었는데 설마 또인가...
여튼 이미지 업로드가 갑자기 안 됩니다, 도무지 이유를 모르겠네요 ㄱ-

by 리에 | 2007/06/08 18:46 | 영화「Movie」 | 트랙백(1)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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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EVELINA's 귀찮.. at 2007/06/22 23:59

제목 : 시간을 건너는 소녀 (時をかける少女)
시간을 건너는 소녀 (時をかける少女) Time waits for no one. 살아가면서 그때 그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그 순간 있었더라면, 없었더라면... 한 순간 순간이 이루어져 우리는 하나의 삶을 만들어 가는데 그 소중함을 모르는지도 모른다. (아마 저 칠판 아래 그 말은 치아키가 써놓을 터이지? ) /Time waits for no one 굉장히 수수하고 어쩌면 많은 영화에서 써먹을 수도 있는 소재이겠지만, 왠지 수수한 주인공의 마음이나......more

Commented by 산왕 at 2007/06/09 05:27
적당히 재미있게 봤습니다^^ 게드전기와 비교한다는 건 조금; 어색한 건 같네요 orz
Commented by ZOON at 2007/06/09 11:53
원작 소설에서는 쟈스민 향기로 타임리프를 했다고 하네요... 개봉하면 보러 갈 테지만, 원작은 번역본을 못구해서..ㅜㅠ
Commented by 리에 at 2007/06/09 18:47
산왕님//게드전기랑 1대1 비교를 하는 건 아니고; 개봉시기가 비슷하니 그냥 이야기해 본 거죠(...) 뭐 그리고 지브리면서도 지브리가 아닌 미묘한 색깔을 가지고 있기도 하고...

ZOON님//쟈스민 향기(...) 이거 원작 있었군요; 왠지 소녀문고 스타일일 것 같은 느낌이...
Commented by ZOON at 2007/06/12 06:55
아, 참고로 원작 소설의 주인공은 영화 주인공의 외숙모...였나 이모였나 해서 검은 원피스 입고 나오는 분이라고 합니다.
Commented by 리에 at 2007/06/12 14:19
ZOON님//안 그래도 다른 데에서 들었답니다. 음, 원작 소설 주인공은 좀 미묘하군요.... 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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