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5일 용산 CGV에서 K오라버니와 함께 추격자를 관람했습니다.유행 다 지난 지금에 와서 리뷰를 올리기도 뭐하지만(...) 좋은 사람과 함께 본 좋은 영화였던 점도 있고, 오랜만에 영화란에도 뭔가 먹이를 줘야 할 것 같군요. 요새 세상이 흉흉합니다. 그리고 이 영화도 제법 흉흉한 영화입니다. 최근 한국 영화 중에 상당히 흥행한 작품인 만큼, 시놉시스는 다들 알고 계실 거라고 생각하기에 소개는 생략하겠지만, 아시다시피 이 영화는 유영철 사건을 모티브로 제작된 영화지요. 감독은 나홍진, 이 작품이 장편 데뷔인 신인감독입니다. 신인감독으로서는 영화의 만듦새나 모양을 나쁘지 않게 뽑아주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불만이 하나 있긴 한데, 그건 뒤에 언급하겠습니다. 사실 그리 과거의 사건도 아니고, 최근 한국에서 일어난 사건사고 중 가장 충격적인 사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유영철 사건을 다룬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영화를 만드는 쪽이나 보는 쪽이나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저만해도 이 영화를 보러 들어가면서, 영화의 소재로서 나쁘진 않지만 굳이 이렇게 빨리 영화로 만들었어야 했나, 라는 생각을 하지 않은 건 아니니까요. 하지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영화는 나쁘지 않게, 아니 생각보다 꽤 흡족하게 나왔더군요. 사실 내용 자체나, 연출 방법이나, 장면 묘사 같은 부분에서 많이 힘든 영화였습니다. 욕실신 같은 경우에는 저도 몇 번 화면에서 눈을 돌리고 마음을 다스려야 할 정도로 힘들었고, 관객으로서 버거움을 느끼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앞서가지도 덜가지도 않는 적절한 완급조절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영화가 영화로서 보여줘야 할 딱 그만큼만을 보여주고 그 이상의 욕심을 부리지 않는 부분이 말이지요. 또한 다른 그 어떤 요소보다도 이 영화를 괜찮은 영화로 완성시켜 준 요소는 ![]() 김윤석이 이렇게 존재감있는 배우인 줄 미처 몰랐었는데, 이 영화에서 그의 존재감은 거의 절대적이었습니다. 그의 호연이 있었기에 꼼꼼히 뜯어보면 걸리는 부분이 없는 건 아니었던 이 영화가 매끄럽게 완성될 수 있었던 것이겠죠. 그의 존재로 인해서 이 영화는 자극적인 실화를 적당히 버무려서 관객을 꼬시는 영화가 아니라 현실이었고 앞으로도 현실로 남을 사건을 현실로서 그리는 리얼리티를 지니게 되었습니다. 추격자에서의 김윤석의 연기를 두고 송강호를 언급하시는 분이 많던데, 확실히 이 영화에서의 김윤석은 어떤 부분에서 송강호를 연상시킵니다. 연기의 질감이나 얼굴이 주는 이미지 같은 부분이 특히 그렇지요. 하지만 또 다른 의미에서 그는 송강호와는 다른 느낌을 줍니다. 추격자에서의 그는 최근의 영화들에서 송강호가 보여줬던 아버지적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다는 느낌을 줍니다. 굳이 송강호랑 비슷하다고 한다면, 넘버3 시절의 초기의 송강호랑 더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지금의 송강호가 너무 둥그스레한 이미지로 연기를 하게 되어버린 게, 조금은 아쉽고, 이 영화에서 김윤석이 보여준 거칠거칠한 질감이 마음에 드는 저로서는 김윤석이 송강호의 행보를 답습하기보다는 자기만의 캐릭터로 앞으로도 존재감있는 배우로 남아줬으면 합니다. ![]() 하정우는 어디서 뭐하다가 나타났는지 어느 순간 나타나서 조금씩 호감으로 변해가고 있던 배우였는데, 추격자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줍니다. 특히 하정우의 경우 모 드라마에서 유영철 사건을 모티브로 한 사건을 수사하는 검사(...)역으로도 등장했었지요. 그 때의 모습을 생각하면서 영화를 보면 정반대의 입장이 대비되서 조금 재미있기도 합니다. 사실 그렇게 연기를 잘한다는 이미지는 아니었던 배우인데, 추격자에서는 아주 좋았습니다. 영화의 특성상 가장 부각될 수밖에 없는 범인 역할이면서도 김윤석의 존재감에 눌리는 듯한 느낌도 있었지만,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주었다고나 할까요. 김윤석이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었다면 하정우는 딱 기대에 보답하는 정도의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겠지요. 요새 대유행하는 사이코패스로 묘사되는 탓에, 캐릭터로서 그닥 인상깊거나 마음에 드는 부분은 찾기 힘들었지만 몇몇 장면에서의 표정의 디테일한 부분은 아주 좋았습니다. 많은 분들이 인상깊은 장면으로 꼽으시는 경찰서에서 여형사에게 성추행발언(...)을 하는 신보다 저는 김윤석과 차 안에서 대치하는 부분의 연기가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애매한 마스크나, 키는 크면서 신체비례는 나쁜 점이나(...) 여러가지 점에서 외견적으로 애매함을 가지고 있는 배우인데 그런 점이 왠지 더 정이 가고 마음에 드는 배우입니다. 좋은 점을 이야기했으니 아쉬웠던 점도 이야기하지 않으면 안 되겠군요. ![]() 그다지 선호하는 배우도 아닌데도 어쩐지 제가 보는 영화에 많이 출연해서 그녀가 주연한 영화를 저도 세편 정도는 보았지만, 그 때마다 그녀는 불편한 이미지로 제게 남아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의 서영희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당한 폭력의 일방적 피해자, 로 묘사되는 그녀의 모습에 불편함을 느끼는 것은 비단 저뿐만은 아닐 거라고 생각됩니다. 특히 그녀의 딸은 김윤석과 콤비일 때는 아주 마음에 드는 캐릭터이긴 했지만, 솔직히 말해서 영화에 등장하지 않는 편이 좀 더 제 입맛에는 맞았을 듯 합니다. 부당한 폭력의 일방적 피해자로서 희생되는 서영희와, 그녀의 딸 그리고 그것을 막기 위해 싸우는 정의의 전사처럼 갑자기 변모하는 김윤석 이 정서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영화의 전개나 분위기상 희생자에 대한 애도의 감정, 혹은 동정을 유별하는 이 정서를 내보이는 방식이 촌스러웠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특히 마지막 부분에 뛰어가는 김윤석에 머릿속에 서영희와 그녀의 딸의 모습이 스쳐지나가는 장면에서 저는 약간의 아연함마저 느꼈으니 말입니다; 건조하게 현실을 그려나가는 듯 했던 영화가 후반에 있어 갑자기 감정적으로 바뀌고 그 감정을 다시 현실로 되돌리기 전에 끝맺어 버리는 듯한 살짝 비겁한 전개(...)가 제 입맛에는 별로였고, 차라리 마지막까지 건조한 편이 나았을 거라고는 생각하지만 이것도 또한 영화로서의 관객과의 타협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지요. 몇몇 매끄럽지 못한 장면이나 연출, 없는 게 나았다 싶은 군더더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 마음에 드는 장면도 많았기에 극장에서 나오는 발걸음은 가벼울 수 있었던 영화였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마음에 들었다고 해도 두 번 보기에는 버겁고 힘든 영화라는 점을 부정할 수 없을 것 같군요. 평점 : ★★★★ 덧. 솔직히 음악에 신경쓸 틈이 없는 영화였던 점도 있고, 음악은 크게 귀에 들어오는 게 없었습니다. 덧 2. 저 서영희 싫어하는 거 아닙니다... 다만 그녀는 조금 다른 이미지로 다른 영화에 출연해 줬으면 합니다. 덧 3. 이 영화는 살인의 추억보다는 사생결단에 비슷한 것 같은데 많은 분들은 소재의 흡사성 때문인지 살인의 추억을 언급하시더군요. # by | 2008/03/20 17:31 | 영화「Movie」 | 트랙백 | 덧글(3) |
|

지난 2월 25일 용산 CGV에서 K오라버니와 함께 추격자를 관람했습니다.



카테고리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나는 추격자도 못봤다!!! 아아 oTL 문화생활이라곤 없는 일상의 연속
비공개님//부활에 출연했었지 그러고보니, 굳이 비공개로 남길 거 없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