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영화

격조했습니다. 바빴던 것도 아닌데... 본가에 좀 다녀오다보니
슬슬 제 특유의 힘껏 당기고 몇 달 지내다가 줄줄 늘어지는 시기가 왔군요.
한국 곧 들어간다고 당기고, 한국 막 들어왔다고 당기고 지내다가 조금 진정이 되니 느슨해져서 아무 것도 하기가 싫은 나날입니다.

문제는 사실상 지금이 제일 바짝 당겨야 하는 시기라는 거죠.
앞에 너무 힘을 뺐나봐요.


여하튼 최근 본 영화들, 순서는 본 순서입니다.


연의 황후

한반도 이후, 오래만에 만나는 사람마다 뭐 이런 영화가 다 있냐고 주절거리게 되는 영화였습니다.
어머니껜 죄송하지만 당신껜 이상한 영화를 고르는 힘이 있는 듯 합니다.

좋게 말해서 나름 기합 넣은 화면과 소품, 배우지만 그 뼈대는 전형적인데다가 개연성 없고 감정이입을 할만한 충분한 여백마저 주어지지 않은 사상누각형 영화입니다.
음, 좋게 말해서요, 좋게 말해서...

화면과 배우는 나름 나쁘지 않았기에(이따금 우리 이만큼도 할 줄 알아요? 대단하지? 하는 초등학교 학예회식 무의미한 CG, 무의미한 대규모신 등이 눈에 거슬리긴 합니다.) 차라리 여백을 주고 살을 붙여서 드라마로 만드는 게(...) 더 나았겠다 싶었습니다.

이 영화의 결론 : 여자 팔자 뒤웅박 팔자

평점 : ★☆


포비든 킹덤

어디에선가 호평을 들었기에, 게다가 저는 아직도 성룡만 보면 귀여워를 연발하는 성룡의 순수한 팬이기에 불가항력으로 볼 수밖에 없었다고나 할까요...

많은 사람들이 서양의 시각으로 동양적 문화를 재현해낼 수 있겠느냐, 라는 걱정을 많이 한 듯 한데 그 부분은 오히려 괜찮은 거 같습니다. 저는 오히려 서양사람들이 사전지식 없이 이 영화만 봤을 때 이해할 수 있을까? 라고 느꼈을 정도니까요.

그렇다고 영화가 잘빠졌다는 건 아니구요... 서양인이 어설프게 만든 동양에 대한 막연한 환상만 가득한 영화... 는 아니고 동양에서 어설프게 돈과 유명 배우를 들여서 만든 어설픈 오락영화(...)가 되어 버렸네요.

그러니까 이 영화가 헐리우드 작품이라는 거 자체는 그닥 중요하지가 않습니다. 영화의 대사들이 다 영어라 주인공 한명을 제외한 중국배우들의 영어실력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 빼놓고는요. 그냥 영화가 좀 밋밋합니다.

그래도 저처럼 성룡만 보면 기분이 좋아지는 분은 볼 수밖에 없겠죠. 그게 팬이잖아요.


성룡과 이연걸의 등장은 이 영화의 유일한 미덕이자 또한 약점입니다. 저는 비록 성룡팬이지만 객관적으로 평가하려고 노력해보자면, 이 영화에서 이연걸이 성룡보다 훨씬 유리한 입지에 있습니다. 주인공이고 사건의 핵심을 쥐고 있는 데다가 멋있는 역할만 하거든요.

그럼에도 돋보이는 건 성룡입니다. 절대로 제가 팬이라서가 아닙니다. 보시면 아실 거예요.
이연걸의 패인은 쿵푸실력이 아니라 연기실력에 있겠지요. 영어발음은 둘다 그게 그거라서요 :D

성룡, 이연걸 둘다 1인 다역을 했는데 성룡은 1인3역, 이연걸은 1인2역을 했군요.
왜 성룡이 3역이냐구요? 첫 신에서 주인공 방 안에 틀어져 있던 서유기 비디오 안의 손오공이 성룡이더군요 :)


평점 : ★★+성룡 보너스 ☆


아이언맨

저는 마벨의 세계를 그다지 좋아하진 않습니다.
슈퍼 히어로물도 즐기는 편은 아니구요.

사실 상당히 기대를 안고 봤던 포비든 킹덤이... 뭐 성룡은 귀여웠지만 영화의 만듦새가 그저그랬던 탓에 애초에 별 기대도 안 했던 아이언맨은 누가 보자고 안 했으면 사실 제 스스로 보러가진 않았을 터인데...

막상 내키지 않는 발걸음을 떼놓고 보니 웬걸, 영화가 잘나왔네요.

제가 포비든킹덤에게 바라고 있었던 미덕이 딱 이 정도의 오락성, 이 정도의 볼거리, 그리고 이 정도의 캐릭터성이었는데요.

오락영화에 있어야 할 오락성, 볼거리, 캐릭터의 삼박자가 잘 어우러진 재밌는 오락영화입니다.

아래 쓴 테이큰 같이 재미는 있는데 내가 이걸 왜 보고 있는지 모르겠다, 라는 생각이 안 들게 적절하게 쓸데없는 정치성도 넣어주구요. 적절히 미국적인 적절한 오락영화입니다.

정치적 부분에 너무 집중해서 볼 필욘 없을 거 같아요. 재밌자고 보는 건데요. 미국 영화가 언젠 안 그랬나요.

좋은 차, 좋은 집, 멋진 작업실, 츤데레 미녀비서, 조금 귀여운 거 같은 로봇들, 개인용 로봇슈트
남자의 로망적 영화군요.

적당한 차와 그 차를 운전해 줄 수 있는 사람, 넓지 않은 집, 삼면이 책장인 개인방, 츤데레 훈남집사, 조금 사양이 좋은 거 같은 컴퓨터, 개인용 OL슈트... 아 이건 아니지
이건 저의 로망 :)

평점 : ★★★☆


호튼

일단 설정은 매우 신선! 합니다... 했는데 원작이 있군요, 어쩐지.
이런 류의 애니메이션에서 쉽게 나오기 힘든 독특한 설정이 일단 눈길을 끕니다.

주인공은 호튼이라기 보다, 호튼과 시장님이라고 보는 게 맞을 거 같은데, 그런 면에서 타이틀이 호튼인 건 조금 불공평한 거 같기도...

쉽게 다루기 힘든 소통의 문제를 꺼내는 호튼이지만, 그러기엔 플레이타임이 너무 짧았는지 제작비가 부족해서 중간에 짤렸는지 여하튼 소통의 소중함도 제대로 일깨워주지 못하고, 캐릭터도 충분히 살리지 못한 느낌입니다.

주인공인 호튼과 시장님의 캐릭터는 충분히 살아 있는데, 이런 류의 애니메이션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이자 또 하나의 재미라 할 수 있는 조연들이 너무 약하네요. 차라리 조연의 수를 줄이고 각각의 분량을 늘리는 게 좋았을 텐데 조연의 수는 너무 많고 배정된 분량은 너무 적습니다.
그나마 가장 비중이 높은 악역 캥거루마저도 뭘 어쩌자는 건지... 소리가 나오게 하니 조금 문제가 있는 듯 해요.

그리고 소통을 주제로 끌고나온 마당에 마지막의 갈등해소의 부분이 너무 약하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습니다.
원작의 영향일지도 모르지만, 소통의 성립을 그렇게 추상적인 비유로 표현하는 건 좀... 이건 동화책도 아니고 예술 애니메이션도 아니니까요. 어쩌면 제가 더이상 아이가 아니라서 그 표현은 아니라고 느꼈는지도 모르지만.
소통이 그리 쉽게 이루어질 수 있는 거라면 지금까지 주인공들의 고생은 뭐였단 말입니까.

일본의 2D 극장용 애니메이션도 아니고 이런 미국의 3D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화면이나 움직임을 지적하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지요. 화면도 움직임도 흠잡을 데가 없이 완벽합니다. 다른 건 몰라도 티끌 속 마을의 묘사는 아주 멋졌어요.

그래도 늘 그렇듯 즐겁게 가벼운 마음으로 보고 산뜻한 마음으로 극장을 나설 수 있습니다. 그게 바로 이런 애니메이션의 미덕 아니겠어요.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거구요.

더빙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고 넘어가고 싶네요. 나쁘진 않았어요. 하지만 짐캐리를 제가 차태현보다 더 좋아했을 거라는 건 간단히 추측가능한 일이죠. 딱히 한국어가 영어보다 나쁘다는 말을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제가 짐캐리를 좋아한다는 말이 하고 싶은 겁니다.

평점 : ★★★

by 리에 | 2008/05/10 04:34 | 「미디어 일기」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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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매듭 at 2008/05/13 13:12
그러니까, 아이언맨은 왠걸, 제법 영화가 잘 나왔더라는;;
Commented by 리에 at 2008/05/14 02:20
오라방//응 좀 나왔더라구.
새 프로젝튼 좀 어때? 여전히 야근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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