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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상 평어
나도 연애밸리에 글을 보내보고 싶어서 쓴다. 하지만 내 성향상 어찌 소금기 가득한 염장글을 쓸 수가 있겠는가. 등 뒤에도 눈알 20개를 달고다닌다는 흐르는 소문에 걸맞게 과거 이야기를 쓸까 한다. 이 글이 기분 나쁜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예)이 글의 주인공, 혹은 나의 남자친구(였던 사람)들 그냥 너그러이 넘어가자. 옛 일이잖나. 최대한 객관적으로 쓰려고 노력하겠다. 무조건 내 입장에서 그 놈은 나쁜놈이어써! 를 외치지 않으려 노력하겠다. 그러나 나의 기억에 기반한 일이므로 100% 객관적일 순 없을 것이다. 수정 요청이 들어오면 겸허히 수용하겠다. 별 재미도 없는 이야기 쓸 건데 서론만 길었군... 생각해보면, 갓 스무살이 되었을 시점의 나는 참으로 어린 존재였다. 여기서 어리다는 나이가 적다는 뜻의 어리다와 어리석다는 뜻의 어리다의 이중적인 의미로 이해해 줬음 한다. 나도 여자고 멀쩡하게 현대 사회에서 살아왔는데, 정글북의 모글리도 아니고 좋아하는 남정네 하나 없었을까. 중학교 때도, 고등학교 때도 좋아하는 남정네들은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늘 친구라는 이름으로 내 주위에 머물던 존재들이었고 나는 염치 좋게 좋네 마네 연애하세 마세 말할 낯짝을 가지질 못했었다. 여하튼 나는 말 그대로 질풍노도와 같았던, 그리고 민폐도 많이 끼쳤던 고3 생활을 마치고 서울에 입성하게 되었다. 그러나 결코 명예로운 입성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나는 수능이 대박이 나서 옆 반 선생까지 와서 축하해 줄 정도였음에도 불구하고 관리 안 하고 3년간 방치한 내신 덕분에 대학에 다 떨어져서 꼼짝없이 재수할 처지에 처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자잘한 말썽은 피웠어도 한 번도 기대를 배신한 적 없던 큰딸의 대학 낙방 때문에 집안 분위기는 허리케인이라도 지나간 듯이 황폐했고, 쥐죽은 듯 고요했다가 고함소리가 메아리쳤다가 몇시간씩 곡소리가 들렸다가를 반복했다. 그 상황에서 나는 어쩔 수 없이 재수학원 명함 한 장 들고 서울로 올라오게 되었던 것이다. 장학생으로 넣어준다는 말에 노후된 학원들이 공룡처럼 몸을 맞대고 있는 신설동에 학원을 잡아두고 어머니는 고향으로 내려가셨다. 나는 자그마치 성남에 있는 이모댁에 얹혀사는 처지가 되었다. 성남에서 신설동까지 지하철로 가려면 2번 갈아타고 1시간 30분이 걸렸다. 학원에는 7시 30분까지 가야했기에 나는 5시에 일어나서 씻고 준비하고 6시 전엔 집에서 나가야 했다. 이 말도 안 되는 생활은 한 달 정도 지속되었는데 그 동안의 나의 스트레스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 시기의 나의 몸무게는 중학교 이후 내 인생에서 가장 가벼웠고, 이대로 살이 빠지면 깃털처럼 날아다니겠구나 하는 희망적인 말도 진심으로 입에 담을 수가 있었다. 게다가 이모댁에 얹혀사는 생활 역시 결코 나에게 편한 것은 아니었다. 나는 내 방이나 내 책상 하나 없이 거실에서 잠을 잤고, 저녁 12시에 들어와서 새벽 5시에 나가는 생활 때문에 잠을 설친 이모와 이모부의 볼멘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게다가 학원에는 장학생반이랍시고 나이 많은 아저씨들이 득실대고, 새로운 환경에 모르는 사람들만 가득한 데다가 내 몸 하나 뉘일 집마저 없는 상황에서 나는 정신적으로 궁지에 몰릴 수밖에 없었다. 학원이 쉬는 주말에는 할 일이 없었다. 가족끼리 단란한 시간을 보내고 싶을 이모네 식구들 사이에 끼어있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지만, 그렇다고 딱히 갈 데도 없었다. 서울로 대학을 온 친구들은 갓 시작한 대학 생활에 정신이 없어 나를 돌아볼 틈도 없었고, 지리도 모르고 친구도 없는 나는 갈 데도 놀 사람도 없었던 것이다. 지금 이 세 문장에 없었다는 말이 7번이나 반복되는데, 그만큼 당시의 나에게는 아무 것도 없었다. 그래서 결국 아무 데나 갈 수밖에 없었는데, 그래서 그 때 온라인 생활 10년만에 처음으로 '정모'라는 것에 나가게 되었다. 지금이야 그깟 정모 나가는 게 뭐 별거냐고 하겠지만, 당시까지만 해도 나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은 엄격히 구별되어야 한다는 구시대적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정모를 나간다거나 온라인에서 아는 사람과 개인적으로 연락을 한다거나 하는 일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 때는 정말로 갈 데가 없었기 때문에 할 수 없이 정모라도 나간 셈이다. 내가 몸담고 있던 커뮤니티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사정상 자세히 설명하기는 그렇고 그냥 게임동호회였던 T라고만 이니셜로 이야기하겠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게임동호회지만 다양한 주제에 대해(거의 일본문화 전반이라 보는 게 좋을 듯 하다.) 다루던 꽤 큰 곳이었고, 당시의 온라인 커뮤니티들이 그렇듯이 여성회원이 극히 적었다. 총 회원수가 몇천에 달하고 오프라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회원들만 수십명이었지만 그 중 여성 회원은 세명 남짓했으니 말이다. 나는 개중에서도 여성회원 편애로 인해서 미성년자임에도 가입해서 꽤 예전부터 활동하던 원로였고, 오프라인 모임이 활발하던 그 커뮤니티에서 한 번도 모임에 얼굴을 비춘 적이 없는 원로 여성회원이란 꽤 신기한 존재였던 모양이다. 내가 서울에 왔고, 모임에 나가고 싶다는 말 한 마디에 당장 '리에를 보기 위한 모임'의 날짜가 잡혔다. 다른 목적도 없이 말 그대로 나를 보기 위한 모임이 잡힌 것이다. 개인 정모도 아니고, 지금 생각하면 어이가 없지만... 여튼 나한테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 모임은 잡혔지만 지금과 마찬가지로 지리감각이 엉망인 나는 지하철 역 이름을 알려줘도 제대로 찾아가질 못했다. 할 수 없이 T의 시샵이 나를 데리러 오는 수고 끝에 겨우 참석한 모임, 그러니까 내 인생 첫 '정모'였다. 생각해보면 정모는 정기 모임의 약자인 거 같은데 나를 보기 위한 비정기 모임이었으니 비정모라고 해야 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여하튼 정모에 처음 나가서 본 사람들은 정말 이상한 사람들 뿐이었다. 물론 지금도 자주 보는 무리들이긴 하지만, 후줄근한 복장에 배낭 같은 걸 잔뜩 짊어지고 알 수 없는 용어로 대화를 하는 무리를 처음 접한 나는 어떻게 반응하면 좋을지 알 수가 없었다. 개중에는 게시판에 쓰던 말투를 그대로 쓰는 사람이라거나 길에서 난동(...)을 부리는 사람까지 있었고, 그 무리에서 여자는 실질적으로 나 하나였기 때문에 정모가 처음인 나는 대처방법을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그 중에는 온라인 상으로 나를 좋아한다고 고백했다가 나에게 사실상 차인 사람도 끼어 있었다. 우리 두 사람 사이에 별다른 사건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고 나는 다만 그에게 연애감정이 생기지 않아서 거절의 뜻을 표했을 뿐이었지만 여하튼 불편한 건 마찬가지였다. 그는 일부러 나를 보기 위해 그 모임에 참석했을 뿐만 아니라, 어떻게 봐도 노골적으로 굉장히 신경을 쓴 차림새로 등장했던 것이다.(그 날 그의 머리에선 반짝반짝 윤이 났다.) 그를 편의상 고백남이라고 부르겠다. 우리는 다 같이 오락실을 갔는데, 나는 지금도 오락실을 좋아하긴 하지만 딱히 할 줄 아는 게임이 있는 게 아니고 그 때도 마찬가지였다. 다들 철권이나 타임크라이시스(...)나 파픈뮤직을 하는 사이에 나는 할 일이 없어서 노래방 부스에 들어가서 노래를 불렀다.(그 때도 노래방은 좋아했다...) 그런데 모임 내내 자꾸 나한테 들러붙고 무슨 일만 있으면 접근해오던 고백남이 노래방 부스에 덜컥 들어오는 것이었다. 알다시피 오락실의 노래방 부스라는 게 두 명만 들어가도 꽉 찰 정도로 비좁다. 게다가 밀폐된 공간이다. 나는 그런 공간에 고백남과 단둘이 있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에 나가고 싶었지만, 고백남이 하필 입구쪽을 가로막고 앉는 바람에 나갈 수도 없었다. 별 시덥지 않은 대화를 주고받다가 T의 시샵이 장소이동을 알리는 바람에 겨우 노래방 부스에서 나올 수 있었지만 그가 들어오는 그 순간부터 너무 놀라고 긴장한 나는 이미 극도의 피곤상태에 빠져 있었다. 그렇게 정신 놓고 있는 사이에 모임은 술술 진행되고, 나는 피곤하고 놀란 탓에 별 말도 못하고 온라인에서의 활발한 모습(...)과는 달리 극도의 침체상태에 빠져 있다가 돌아가게 되었다. 주중의 스트레스와 피곤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나 보려고 나온 모임인데, 스트레스를 더 쌓기만 하고 돌아가게 생겼으니 스스로가 참 한심했다. 게다가 앞으로 모임이 있을 때마다 고백남이 나와서 나를 귀찮게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더 이상 이쪽 모임에 나오고 싶은 생각도 사라져 있었다. 그렇게 우울한 상태에서 사람들과 헤어져 집으로 돌아가는 열차를 타기 위해 지하철역에서 하나둘씩 헤어지는데, 나에게 말을 거는 사람이 있었다. "지금부터 아는 사람들끼리 저녁이나 먹으러 가려고 하는데, 괜찮으시면 같이 가실래요?" 잘 기억이 나지 않는 얼굴이었다. 웃기는 소리지만 나를 보겠다고 나온 사람이 꽤 많았기 때문에 나는 그들의 얼굴을 다 기억할 수가 없었고, 거기다가 고백남까지 나를 계속 귀찮게 했기 때문에 더더욱 누가 왔는지 살필 틈이 없었다. 게다가 닉네임을 들으니 온라인상에서 나와 친하게 지냈던 사람 같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는 첫눈에 보기에도 모임에 나온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깔끔한 옷차림에 평범한 얼굴을 하고 있었고, 태도나 말투에도 크게 눈에 띄는 점이 없었다. 달리 말하면 그 모임에서 그나마 '일반인' 같은 느낌을 주는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내가 잠시 망설인 끝에 고개를 끄덕였고, 그는 자기가 아는 가게로 같이 가자고 했다. 하지만 여기서 그렇게 끝날 리가 없지... 아직 안 가고 있던 고백남도 얼른 가겠다고 따라나선 것이다. <계속> # by | 2008/09/07 06:38 | 독백「toute seule」 | 트랙백(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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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나의 첫 연애 이야기 2
나의 첫 연애 이야기 1 자려고 했는데 잠이 안 와서 이어서 씀... 나에게 밥을 먹으러 가자고 한 일반인 같은 남정네가 고백남과 나를 비롯한 몇몇 사람들을 데리고 간 곳은 닭갈비집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촌스러운 이야기지만 난 그 날 처음 닭갈비를 먹어보는 거였기 때문에 멍하게 앞치마를 두르고 능숙한 솜씨로 닭갈비를 휘젓는 일반인 같은 남정네의 손만 쳐다보고 있었다. 그 와중에 병약한 컨셉...이었던 고백남이 닭갈비 연기가 맵......more